2015년 2월 10일 모교 강당에서 제 62회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모교 교목이신 유보성(26회) 목사님께서 졸업생을 위한 기도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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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죽을힘을 다해서 달아났습니다.
오직 내 목숨 하나 살릴 것만 생각하고 원자폭탄이 떨어진 폭심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멀리 멀리 달아났습니다.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벗의 손을 뿌리치고 넘어진 사람을 짓밟고 타 넘어가며
사력을 다해서 사람들은 달아났습니다.
남의 밭에 오이를 따먹고 목을 축여가며
인정이라든가, 책임이라든가, 의리라든가, 사랑이라든가, 함께 라든가 하는
일체를 내던지고 내 목숨하나 사릴 것만 생각하고 죽을힘을 다해서 사람들은 달아났습니다.
1945년 8월 어느 날 원자폭탄이 일본 나가사키 시가지에 떨어졌을 때의 슬픈 풍경 이었습니다.
주님, 전시가 아닌 지금 이 땅에서도 사람들은 살아남으려고
그날 나가사키에서 있었던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오직 내가 살아낼 수 있는 한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이 정글과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하든지 주리지 않고 살아내어야 한다는
푯대 하나만을 붙잡고 어린 학생들도, 청소년들도, 청년들도, 어른들도 내달리고 있습니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 물을 겨를도 없이 꿈도 이상도 사랑도 접어놓고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상과제 하나만을 붙잡고
질주하는 풍경의 대열 속으로 뛰어 듭니다.
주님, 오늘 여기 앉아있는 62회 이 학교의 자식들 120명도
피할 수 없는 이런 풍경의 대열에 들어가 함께 뛸 것입니다.
거고의 자식들인 이들도 별수 없이 그 대열에서 함께 뛰겠지만
주님, 저희는 압니다.
함께 뛰지만 저들과 같을 수 없는 생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 거고에서 듣고, 배우고, 울고, 웃으며 3년을 살은 우리들 속에는
언연 중에 아로새겨진 거고 DNA가 있다는 것을 저희는 압니다.
그것은 땅에 살면서도 하늘을 한 번씩 우러르는 마음이고, 예수의 DNA 이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사랑과 진실에 목말라 하는 DNA 임을 저희는 압니다.
이 거고 DNA 는 뛰는 대열에 문제를 제기하는 DNA 이고,
뛰는 대열에 균열을 내는 DNA 이라는 것을 저희는 압니다.
주님, 그래서 거고인이 서 있는 그 대열 주변에서는 뛰지 않고 걷는 풍경이 연출되고,
마침내 오직 한 방향으로 모두가 뛰거나 걷지 않아도 저마다의 자리에서도
충분히 먹을 것이 있고, 마실 것이 있는 세상을 일구는 사람들이 거고인 임을
저희는 압니다. 그들이 거고인 임을 저희는 압니다.
그리하여 (이들이 있으므로) 이 땅에서도 젊은이들이 다시 꿈을 꾸어도 되는 세상,
뜻을 품어도 되는 세상, 다시 사랑과 진실을 노래해도 되는 세상,
빼앗겼던 질문을 다시 돌려받고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를 물어도 되는 세상,
우리들의 삶을 경축하고 춤추어도 되는 그런 세상을
저마다의 자리에서 일구어내고 연출할 거창고의 자식들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
120명을 (일백이십개를 만들어서) 오늘 이 세상에 파견합니다.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시고 이들의 인생에 세밀하게 간섭하여 주시옵소서.
이들의 일생의 주인이 되어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